현대 미술의 중심지 미국, 샌디에이고 공항에 세계적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과 국내 최초로 작품 전시 눈길 끌어
외국 미술계와 국내 유명 평론가들 "문화적 충격이다"고 표현 할 정도로 찬사 쏟아져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그의 작품에는 선조들의 한(恨)과 눈물 스며 있어...
우리나라 미술 역사상 미국 공항에 국내 작가의 작품이 걸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2년전 국내 작가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알렉산더 갤러리에서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작품과 나란히 샌디에이고 공항에 전시된 작품이 있었다. 미술계에서 바라다 본 평가는 과히 놀랄만한 대 사건이었다.

낮에는 경찰관으로 지역 치안을 책임지고, 밤이나 비번 때면 화가로 변신하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거제경찰서 남부치안센터장 이임춘(50) 경위가 그 주인공이다.

▲ 테어링 아트라는 새장르를 개척한 경찰화가 석경 이임춘 화백.

문) 테어링 아트란 어떤 것인가요?
먼저 형식면에서 볼 때 '테어링 아트'는 영어 단어에서 유추 할 수 있듯이 '찢다' 또는 '뜯기다' 라는 뜻을 가진 작업을 의미합니다. 구멍을 뚫어 무언가를 붕괴키거나 거칠게 찢는 행위 자체도 포함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터어링 아트'란 여기에서 멈추는게 아니라 전면과 후면에 색을 칠하고 다시 그 위에 그림을 그린 후 캔버스 천을 찢어 엮돼 , 예민하고 철저한 직감을 통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창출되는 예술입니다. 기본 재료로 활용하는 것은 패널과 캔버스인데 이 두 재료는 본래 물질을 덧 씌우는 용도 또는 물질에 3차원의 형상 혹은 물성을 묘사하거나 표현하며, 덮은 베이스에 불과한 것이 었지요. 

▲ 이임춘 화백이 자신의 대표작인 '블랙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 테어링 아트라는 세계 미술계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계기는...?
세계 최초의 예술 장르로 이름 자체도 제가 지은 것이며, 현대 미술의 한분야로 명명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 합니다.

절대 자랑이나 하려고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테어링 아트를 조금 이해 할 수 있다면 제가 왜 이런 얘기를 들려 주는지에 대해 알게 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의 작품에 흐르는 전체적인 내용을 함축해 표현 하자면 한마디로 '인간휴머니즘'이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어느날 미칠 정도로 이런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경남 고성에서 3대째 내려온 우리 전통 대바구니를 만드는 명장의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인지 어릴적부터 보고 자란것이 아버님이 온통 대나무를 가지고 공예를 하는 것이었지요.

당시 아버님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인간문화재의 권유를 받았으나 한사코 거부 하셨던 분이었습니다. 섣부른 재주로 나라의 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지요. 돌아가시는 날 까지 그 말씀을 저희들에게 하셨답니다. 당시에는 인간문화제가 되면 국가에서 지급되는 보조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버님의 이런 말씀은 어머님께는 가슴에 아주 깊은 한(恨)이 되었지요. 어머님은 어려운 가정형편에 보조금이라도 조금 들어오면 살림이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셨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가난했던 어린 시절부터 제게는 아주 뿌리 깊은 우리 전통예술의 피가 온 몸 가득 차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님을 따라 대바구니를 만들기 위해 리어카를 끌고 대나무를 사러 간 적이 있었지요. 날은 저물고 아버님은 대나무 밭 임자와 막걸리 한잔에 가격 흥정을 하고 계셨는데 시간이 많이 흘러 석양이 지고 있었지요.

그날은 마침 비가 조금 내리는 날씨였는데 아름다운 석양이 물들어 있는 서쪽 하늘에 비소리와 함께 바람에 사르르 떨리는 듯한 소리를 내며 흩날리는 대나무 숲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순간 저는 그 황홀한 광경에 빠져 한동안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숨이 막혀오는 상황을 경험하게 됐습니다.

7살 나이에 겪었던 너무나 아름다운 그 광경에 마음을 빼앗겨 성장하는 과정 내내 가슴속 깊은 곳 한켠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세월이 지난 어느 날, 이런일을 한번 해보지 않으면 꼭 죽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전통 대바구니 기법과 저가 보았던 그 잊을 수 없는 광경을 꼭 화폭에 담아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던 거지요.

이게 바로 제가 테어링 아트를 시작하게 된 동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 수 많은 시행착오와 혼란, 실패속에 탄생한 것이 ‘테어링 아트’며 이게 바로 오늘날 미술계의 새 장르를 개척하게 된 동기가 된 것입니다.

▲ 이임춘 화백.

▲ 이임춘 화백

하얀영혼, 하얀태양, 고뇌, 만다라, 인생, 수행 등 현재 까지 제가 완성한 작품은 500여점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대표작은 현대사회의 병폐를 비판한 작품인 '블랙홀'이라고 생각 합니다. 이 작품은 대작도 많으며, 연작이라는 특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술작품은 각자가 평가하기 나름이지만 사회를 거대한 블랙홀(Black Hole)로 설정하고 여기에 개개인의 인격과 자아의식, 개성 등을 담아냈다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원색적인 면이 강하면서 화려한 색채와 찢어진 캔버스가 결합해 블랙홀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와 조직도 하나의 거대한 블랙홀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대한 블랙홀에 빨려들어가고 있는 거지요.

그러니 인간은 스스로 거대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면서도 또 다른 블랙홀을 형성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사회의 조직속에서 지위와 권력, 부(富), 명예, 재산을 빨아 당기고 그것을 누리고 싶어 하지요. 이와같이 현대사회가 지니고 있는 모든 병폐와 사회부조리, 정의로운 것과 부정한 것들, 멀고 먼 이상과 떠 다니는 숱한 욕망의 변주들,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긍정과 부정의 모든 것을 수축 팽창시키며 흡수하는 것이 바로 제가 작품으로 승화시킨 '블랙홀' 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욕망을 탐하면서도 결핍과 부재를 느끼고, 한 없이 채워지기를 바라지만 그 결핍과 부재에 의한 또 다른 욕망을 꿈꾸는 우리 사회와 구성원인 개개인의 인격과 정체성, 자아와 초자아 등을 모두 흡수하는 추상적 천체가 바로 블랙홀인 셈이지요.

또 다른 작품 하나를 소개한다면 '하얀영혼'입니다. 이 작품은 경찰인 저의 직업과 연관있는 작품으로 다른 작품들이 격정속 질서를 갖추고 있다면 눈처럼 하얗다는 특징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하얀영혼이 갖는 의미는 순수한 이미지로 살아가야하고, 또 살아가고 싶다는 것입니다. 눈동자 없는 검은 색의 가면에 수갑이 채워진 하얀영혼 이란 작품은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블랙홀과는 달리 정적이면서 깊은 내면을 들여다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데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특수한 기법이 필요합니다. 이 기법은 할아버지때 부터 150년간 내려온 저희 집안의 대나무공예와 한지공예 기술에서 착안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들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사전에도 없는 ‘갱기칼’이라 불리는 5개의 작은 칼이 필요 합니다. 이 칼은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하는데 저는 어릴때 부터 이 칼을 사용하는 방법을 보아왔고, 또 사용해 보았습니다. 이 말은 테어링 아트를 순수하게 손으로만 완성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테어링 아트는 입체감과 색상이 보는 관점과 위치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좌우 측면에서 두루 살펴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과, 국내보다 외국에서 인기가 더 높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요?
36세때 부터 시작해 15년 동안 테어링 아트를 해 오면서 실패와 좌절도 많았습니다. 작품 하나를 만들려면 약 2개월이 걸리는데 이 과정에서 한지를 수 백, 수 천 컷팅을 해야 합니다. 자칫 잘못해 수 천개의 컷팅 작업 중 하나만 잘못되어도 전체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입니다.

온 정신을 집중하고 몰두해 작품을 만들어 나갈때면 그 속에 완전히 빠져들게 됩니다. 예술분야가 다 그렇겠지만 특히 테어링 아트는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정성과 혼이 듬뿍 들어간 새로운 장르의 예술 작품이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큰 반향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국내 유명미대 출신이 아닌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작가라는 이유로 사실상 국내에서는 괄시 아닌 괄시를 받았던게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오히려 틀에 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할수 있었던 것이 오히려 해외에서 먼저, 그리고 훨씬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자랑같지만 지금은 해외에서 인기가 높아 저 한테 작품 구입문의도 잇따라 들어오고 있으며, 실제 수 차례 거제에 까지 작품구입을 위해 먼 외국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 올 8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직접 이임춘 화백을 찾아와 100호짜리 '블랙홀'을 직접 매입해 갔다.

문) 석경(石耕)이란 아호가 뜻하는 내용과 앞으로의 예술활동 방향이나 바램이 있다면...?
돌을 갈듯이 자신을 갈고 연마하라는 하라는 뜻에서 동료 간부경찰관이 지어 준 아호입니다. 고인물이 아닌 흘러가는 물 처럼 계속 노력하라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지요.

저의 아호처럼 열심히 노력해서 우리 전통문화인 공예 기술과 원색을 사용한 예술기법이 세계화를 이룩해 명실상부한 새로운 미술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테어링 아트에는 원색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고구려 벽화 등에서 우리 선조들이 원래 많이 사용했던 기법입니다. 여기에는 기상이 살아있으며, 순수 우리 고유의 색이기 때문에 저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가 퇴직하기 전 까지는 힘들지만 틈틈이 짬을 내 예술활동을 해 나갈 계획입니다.

퇴직후는 자유로움 속에서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가며 더 멋진 작품을 완성해 보는 진짜 예술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미술이나 예술을 하려는 후배들이 있다면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고 절대 포기 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 이임춘 화백

이제 대한민국 미술계에서도 그를 바라다 보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그로인해 미대출신과 비미대출신의 갭이 많이 사라지고 거리가 좁혀지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퇴직후 작품실이 있는 학동에다 꼭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건립하는게 꿈이라는 석경 이임춘 화백은 그 어느 예술인 보다도 자신있고 당당해 보였다.

그를 만나는 동안 느낀것은 국내 보다는 현대미술의 중심지인 미국 등 선진 해외 미술계에서 왜 더 많은 관심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것만 같았다.

때문에 그는 대한민국 현대미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향후 대한민국 미술을 세계화 시키는데에도 크게 기여 할 것이란 기대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제 작품이 해외로 팔려 나가간다는 것은 예술작품을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것과 같은 애국행위도 될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그는 예술가도 국가를 홍보하고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애국자가 될 수 있다고 웃어 보였다.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슬하에 딸만 둘인데 원류가 아니어서 테어링 아트를 가르쳐서 전수시켜 주려해도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는 "블랙홀 만큼이나 웅장한 느낌을 받아 조선경기 악화로 다소 침체 돼 있는 거제경제도 다시 살아 날 수 있도록 우주 만물의 기운을 확 빨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치안을 맡은 거제지역을 걱정하는 그의 16.5㎡ 넓이 밖에 안되는 비좁은 작품실에는 아크릴 물감이 의자와 벽면 등에 흘러내려 또다른 테어링 아트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

"모든 산업의 근간은 예술과 문화인데 이 분야를 등한시 하는 것 같아 쉬움이 많으며,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무궁무진한 재산 입니다." 

그는 그의 좁은 작품실에서 세계 현대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한 현직 경찰관 신분의 세계적인 테어링 아트 예술가 석경 이임춘 화백이 시공의 층위에서 빚어내는 창조의 예술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인텨뷰가 끝난 후 기자가 느낀 소감은 이런 훌륭한 예술가를 곁에 두고서도 왜 우리는 정녕 잘 모르고 있었는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이임춘 화백의 전시전은 창원시 '고운' 갤러리에서 12월 6일부터 1월 2일까지 열리고 있다. 

▲ 지난 2011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여인의 등에 '팔만대장경'을 새기는 행위예술을 하고 있는 이임춘 화백. 이슬람권인 터키에서 여성의 등에 글자를 새기는 퍼포먼스를 한 외국인 작가는 이임춘 화백이 처음하다.

▲ 이임춘 화백

▲ 거제시 동부면 학동에 위치한 이임춘 화백의 화실 모습.

▲ 거제시 동부면 학동에 위치한 이임춘 화백의 화실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