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원형 공전궤도 탓
음력 1월에 가장 근접
빛 산란현상도 크기에 영향… '계수나무 토끼'는 지형모양

'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1930년대 대표적인 소설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한 장면이다. 산 위에 휘영청 떠 있는 달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진다.

동양에서는 음양의 조화를 중시하기 때문에 달, 특히 보름달을 귀하게 여겼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 드라큘라 등 악귀가 나타난다고 생각했으며 한달에 보름이 두번 있을 때는 두번째 보름달을 '블루문(bluemoon)'이라고 하는 등 보름달을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겼다. 오는 12일은 1년 중 달이 가장 크다는 정월대보름이다. 달에 대해서 알아보자.

달의 크기는 정월대보름과 추석 때 가장 커보인다. 하지만 실제 달의 크기는 변함없다. 달의 크기가 '그때 그때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달의 공전궤도 때문이다. 달이 지구를 도는 공전궤도가 타원형이기 때문에 달의 크기가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달은 지구에서 35만404㎞ 떨어진 지점에 있을 때 달의 시직경은 14.49분으로 40만6212㎞ 떨어진 지점에서의 시직경 29.4분보다 약 1.14배 크게 보인다. 〈그림 참조〉

정월대보름에는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근접하기 때문에 달이 가장 커보인다.

아마추어천문학회 박재문(덕문중 교사) 부회장은 "달의 공전궤도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타원형이기 때문에 날짜에 따라 크기가 달라보일 수밖에 없다"면서 "달이 지평선에 있을 때도 커보이는데 이 때는 지구의 대기 때문에 커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평선 부근에서 달빛이 들어온다면 하늘 높은 곳에 있을 때보다 훨씬 두꺼운 대기층을 통과해야 되는데 이때 빛의 산란이 많이 일어나 높은 곳에 뜬 달보다 커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달 착시' 현상이라고 부른다. 

#고도도 다르다

달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처럼 달의 고도도 달라진다. 달이 움직이는 길, 즉 공전궤도를 백도라고 한다. 태양이 움직이는 길은 황도라고 부른다. 백도는 황도에 대해 5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때문에 태양과 달이 가는 길은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태양의 고도는 한여름 하지 무렵 정오 시각에 제일 높다. 때문에 그림자의 길이는 가장 짧다. 한겨울 동지 때면 태양의 고도는 가장 낮다.

달과 태양이 같은 방향에 있을 때를 '삭'이라고 한다. 반대로 달과 태양이 정반대쪽에 위치하면 보름달을 볼 수 있다. 즉 한여름 태양의 고도가 높다는 것은 '삭'인 달의 고도가 가장 높다는 말이다. 하지만 보름달은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고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태양은 고도가 높은 하지점에 위치하지만 보름달은 고도가 낮은 동지점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박재문 부회장은 "태양이 동지점에 있고 보름달이 하지점에 있는 겨울철에 보름달이 가장 높게 뜬다"고 설명했다.

#'계수나무 토끼'의 정체는?

우리는 달의 한쪽 부분만 본다.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모두 27.3일이기 때문이다.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등 모양의 변화는 있지만 보는 면의 변화는 없다. 그러면 우리는 달의 한쪽 부분만 보는 것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달은 약간 흔들리면서 지구 주변을 돌기 때문에 뒷면 일부가 조금씩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를 '칭동'이라고 한다. 칭동은 동쪽과 서쪽이 보이는 경도칭동과 남쪽과 북쪽이 보이는 위도칭동이 있다.

칭동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초승달을 보면 서쪽 지평선 쪽으로 달걀 모양의 바다 지형이 있다. 이를 '위난의 바다'라고 하는데 어느날에는 위난의 바다가 달의 가장자리에 있지만 어느날에는 약간 떨어진 위치에 있다. 이것이 바로 칭동의 증거다.

그러면 달에서 보이는 '계수나무 아래 방아찧는 토끼'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또한 달에 있는 바다의 증거이다. 달에서 밝고 하얗게 보이는 부분은 고도가 높은 곳이며 검게 보이는 곳은 물이 없는 바다이다.

이런 지형들이 토끼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선조들이 정월대보름이면 소원을 빌었던 '달'의 신비감을 깨버린 아폴로 11호의 달착륙도 벌써 37년 전의 일이다.<기사출처: 국제신문에서 퍼옴>